한국 여가수의 계보를 "청순"과 "섹시"로 나눈다면 강수지는 이지현, 하수빈과 함께 청순미를 강조한  대표적인 여가수중 하나다. 미국에서 성장했으나 한국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단아하고 청순한 외모 뿐 아니라 맑고 깨끗한 목소리를 내세우며 팬들에게 주목받았고, 그녀의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을 쓸 줄 알았던 작곡가 윤상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1990년대의 대표적인 여가수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. 1990년 '보랏빛 향기'가 실린 1집으로 선풍적이 인기를 끈 뒤 발표한 두번째 음반에서는 '흩어진 나날들'과 '시간속의 향기'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, 사실상 이 음반 이후 강수지의 인기는 천천히 하락하기 시작한다. 음반자체는 당시의 제작기준에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가요음반이나 강수지가 직접쓴 가사들은 전문 작사가의 곡에서는 찾을 수 없는 풋풋한 매력을 드러내며, 거기에 곡을 쓴 윤상의 멜로디는 섬세하면서도 매끄럽다. 이제는 소용없는 가정이지만, 만약 강수지가 음악적으로 좀더 욕심을 부렸다면 오늘날의 이소라 같음 뮤지션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음반이다.